링크세상

나는 마흔을 넘겼다. 결혼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결혼할 생각이 없다. 이 선택은 내 삶에서 가장 확고한 결단이었다. 하지만 그 결단이 내가 기대한 것처럼 평화롭거나 자유로운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내 삶은 점점 더 외롭고, 고립되어 가고 있다. 비혼을 선택한 나, 그 선택의 대가는 예상보다 너무나도 무겁고, 때로는 비참하게 느껴진다.   어렸을 때만 해도 나는 결혼이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믿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고, 가정을 이루는 것, 그것이 인생에서 가장 큰 행복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는 그것이 단지 사회가 만들어낸 가짜 행복의 이미지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결혼은 그저 사회적 의무였고, 사람들은 그 의무를 무겁게 짊어지고 살아갔다. 나는 그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대가를 치르는 건 나 혼자였다.   한국 사회에서 남자가 혼자 산다는 것은 여전히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특히 나처럼 마흔을 넘긴 비혼 남성은 더더욱 '이상한 존재'로 치부된다. 직장에서 동료들이나 친구들, 심지어 부모님까지 나에게 던지는 말은 항상 같다. "왜 결혼 안 해? 능력도 충분히 되잖아." 그 말 속에는 내가 결혼하지 않는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믿는, 마치 내가 결혼을 못해서 그런 것처럼 여기는 시선이 담겨 있다. 내가 결혼하지 않은 이유는 그저 내가 그것을 원하지 않아서였는데, 사람들은 그걸 이해하지 못한다.   "결혼 안 하면 나중에 어떻게 할 거냐?" "혼자 늙으면 얼마나 외로울까?" 부모님의 말은 처음에는 걱정에서 나온 말로 들렸지만, 점차 그 말 속에 담긴 실망과 압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이 나에게 결혼을 강요하는 이유는 단순히 '정상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사회적 기준 때문이다. 내가 혼자 사는 이유를 설명해봤자, 그들은 결코 그 이유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저 '너 혼자 살면 안 된다'는 잔인한 메시지만 내게 던져진다.   명절이 되면, 나는 늘 외롭다. 가족 모임에 가면, 결혼한 친척들은 자식 얘기로 소란스럽고, 나는 그런 이야기 속에서 조용히 술을 마신다. "아직도 혼자야?" "언제 결혼할 거냐?"라는 질문은 이미 나에게 익숙한 질문이지만, 그때마다 내 가슴은 미세하게 무너지곤 한다. 나는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왜 결혼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스며든다. 그러나 동시에 그 결정을 되돌릴 수 없다는 현실도 인정해야 한다. 이 고립된 상태에서 내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웃어넘기는 것이 전부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회식 자리에서, 동료들이 "가족은 언제 생길 거냐?"고 농담처럼 묻지만, 그 농담 속에는 내가 결혼하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린다는 묵시적인 강요가 담겨 있다. 결혼을 하지 않으면, 나는 사회적으로 떨어져 나가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나는 혼자 집으로 돌아간다. 그 누구도 나의 외로움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나의 혼자 있는 시간은 늘 ‘이상한 시간’으로 간주된다. 내가 그저 혼자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마치 '이상한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것이다.   혼자 집에 돌아오는 길, 나는 그만큼 더 깊은 외로움에 빠진다. 사람들이 느끼는 '가족의 소중함'이나 '결혼의 행복'은 나와는 너무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결혼이라는 제도를 선택하지 않은 내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불완전한 존재인 듯한 생각이 든다. 그날 그날의 외로움은 그저 나를 더욱더 무기력하게 만든다. 나는 과연 옳은 선택을 한 것일까? 내가 살아가는 이 길이 정말로 올바른 길일까? 끊임없이 그 의문을 품고 살아간다.   가장 두려운 건, 내가 늙어가는 모습이다. 내일도 혼자, 후일도 혼자, 그러다 언젠가는 세상에서 홀로 떠나게 될 나 자신을 상상하면 가슴이 저려온다. 결혼한 사람들은 자식이 있고, 부인이 있고, 그들과 함께 나이 들어간다. 그러나 나는 나이 들면서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는 고독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부모님은 이미 고령이다. 내가 나중에 아프면 누가 돌봐줄까? 고독이 다가오는 순간, 그 누구도 내 옆에 없을 것이다. 그때는 너무 늦게 느껴질 것이다.   비혼이라는 선택이 젊은 시절에는 하나의 자유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그 자유가 얼마나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되는지 깨닫게 된다. 모든 사람들은 '정상적인' 길을 걷고 있고, 나는 그들 중에서 유일하게 '탈선자'처럼 느껴진다. 나는 내 삶을 선택했지만, 그 선택이 나를 외롭고 고립된 존재로 만든 것 같다.   비혼을 선택한 내가 느끼는 가장 큰 고통은, 바로 세상이 나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혼을 하지 않으면, 나는 누군가의 가족도, 누군가의 배우자도, 누군가의 부모도 될 수 없다. 나는 결코 세상에서 ‘정상’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내가 아무리 내 삶을 선택했다고 주장해도, 이 사회에서는 내가 결혼을 하지 않으면 ‘불완전한’ 사람으로 취급된다. 나는 늘 그 자리에 서서, 내 선택을 변호해야 하고, 누군가는 내 삶을 고립된 것으로 간주하며 비웃는다. 이 고립 속에서 나는 점점 더 비참해지고 있다.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 자유롭고 멋진 선택이었다면, 왜 나는 지금 이렇게 고통스럽고 외로운가? 비혼은 단순히 결혼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고독과 싸우는 것이다. 결혼이라는 울타리가 없는 삶은, 때로는 너무 차갑고, 너무 외롭다. 나는 그 울타리 없이 살아가야 한다. 그 울타리 속에서 벗어나는 것이 자유로움이라 생각했지만, 그 자유는 때로 너무 잔인하고 비참하다.